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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장의 점술용 카드, 타로

카드 낱장을 가리키는 아카나(Arcana)란 표현은 ‘비의(비밀스러운 종교의식, 秘義)’를 뜻하는 라틴어 아르카눔(Arcanum)에서 유래했는데, 타로카드가 ‘비밀스러운 의미를 띤 마법적인 도구’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현대 타로카드는 일반적으로 대(大)비밀 카드로 번역되는 메이저 아카나 22장과 소(小)비밀 카드로 번역되는 마이너 아카나 56장을 합쳐 78장의 카드로 구성됩니다. 현대 타로카드처럼 78장으로 이루어진 최초의 카드는 비스콘티 스포르자 카드지만 원본 그대로인 것은 마르세유 타로카드가 최초입니다.


비스콘티 스포르자카드 /마르세유 타로카드 

대비밀 카드와 소비밀 카드의 관계

78장이나 되는 타로카드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타로카드를 자주 되풀이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최고의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요령 있게 78장을 파악하는 손쉬운 방법이 있긴 합니다. 타로카드를 하나의 줄거리를 지닌 이야기로 구성해보는 것 즉, 타로의 의미를 한 편의 드라마로 구성해보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불교의 진리로 상징되는 소를 찾아나서는 동자승의 그림(십우도)이나 가톨릭에서 처형을 앞두고 빌라도 관저에서 갈보리 산까지 십자가를 지고 길을 걷는 예수의 수난상(성로 십사처)처럼 말입니다.

대비밀 카드와 소비밀 카드의 관계는 문장의 필수적인 성분과 부수적인 성분의 관계에 빗댈 수 있습니다.

‘허기진 그녀가 뜨거운 호빵을 허겁지겁 먹었다’라는 문장에서 필수 성분은 ‘그녀는’, ‘호빵을’, ‘먹었다’라는 세 단어이고, 나머지는 이 문장이 지시하는 대상이나 상황을 구체화하는 수식언일 뿐입니다.

필수 성분 중 어느 하나가 빠지면 의미는 흐릿해집니다. 이 필수 성분을 타로의 대비밀 카드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필수 성분을 꾸미는 ‘허기진’이나 ‘뜨거운’이나 ‘허겁지겁’ 같은 단어들을 소비밀 카드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단어는 그 스스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카드가 모여 한 문장을 이루어 어떤 한 사물이나 상황을 지시하는 때에는 그 관계망에서 좀 더 뚜렷한 뜻을 지니게 됩니다.


타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배경 지식

타로의 대비밀 카드 22장의 이미지는 정통 기독교 사상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크게 보면 기독교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도화된 도그마(교리)가 아니라 도그마 탄생 이전, 다시 말해 제도 이전의 기독교 사상과 각 지역의 종교 전통을 반영한다고 보면 됩니다.

대비밀 카드의 배경이 되는 서양 사상의 지류인 영지주의, 연금술, 카발라 등을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 영지주의

기독교 신비주의의 한 분파로 영어로 그노시즘(Gnosticism)이라 합니다.

영지주의의 핵심은 이원론에 있습니다. 영지주의자들은 조물주는 완전하기 때문에 이렇게 악한 세상을 만들었을 리 없다고 주장합니다. 즉, 이 세상을 만든 신은 악한 신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한 세상을 만든 신(데미우르고스)을 섬기는데, 이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합니다. 신은 인간을 만들면서 내면에 신성의 불씨를 감추어두었고, 인간은 기도와 명상을 통해 얻은 지혜로써 이 불씨를 살려내 완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 연금술

제5원소를 캐내기 위한 작업을 말하고, 연금술은 인류의 오랜 기억에서 비롯됩니다.

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뿌리 깊은 배경을 지녔으며, 최초의 연금술사는 청동기를 만든 원시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금술은 만물을 이루는 4원소(물·불·공기·흙)보다 더 완벽한 제5원소를 만들기 위한 지적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금술사는 흔히 마술사로 일컬어졌으며, 제5원소는 현자의 돌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 카발라

비밀스레 전승된 유대 신비주의로 카발라는 히브리어로 ‘전승’ 또는 ‘전통’을 뜻합니다.

카발라의 역사는 서양 중세에 활짝 꽃피었는데, 중요한 카발라의 문헌들이 이때 많이 나왔습니다. 카발라에서는 성서에 신의 이름이 감추어져 있는데, 이를 읽으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고 얘기하며, 이 생명을 골렘이라고 합니다. 최초의 골렘은 아담이라 할 수 있고, 아담은 바로 진흙덩어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로카드와의 연관성은 히브리 알파벳 22개와 대비밀 타로 22장이 가진 수적 연관성에 의거하며, 실제로 타로카드의 1번 마법사(연금술사)의 팔 모양은 히브리 알파벳의 첫 글자인 알레프(א)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내면 세계를 읽는 도구, 타로

우리는 언어를 주고받아 의사소통을 합니다. 언어는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일종의 도구라 할 수 있으며, 언어 가운데 글자는 이런 의사소통의 도구로써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입니다. 문명 이기의 원조는 바로 글자입니다. 컴퓨터나 비행기의 발명도 모두 글자를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글자 이전의 인간은 무엇을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삼았을지 생각해보면 그림이 바로 떠오를 것입니다. 그림은 언어 이전의 언어로 타로카드의 그림 이미지들은 원초적인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우 풍부한 의미를 전달해줍니다. 타로카드의 그림을 읽을 때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하는 말입니다.

타로카드의 그림은 하나의 의미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현대 타로카드는 예쁜 장식이나 도안에 신경을 쓰고 의미는 고정된 것으로 풀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전 타로카드의 대명사인 마르세유만 하더라도 의미의 편폭이 매우 넓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타로를 읽는 마음은 상상력과 진지함으로 가득해야 합니다. 본인의 내면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매체로 이용하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타로카드는 우리의 직관이나 통찰을 통해 흐릿한 상황을 눈에 보이게 나타내주거나 고정되어 있지 않은 미래를 엿볼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영적인 기질이 발달된 사람이라면 타로를 통해 과거·현재·미래를 읽는 것이 아주 정확하고 명쾌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타로를 통해 자신이 가진 영적인 기질이나 직관을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타로에 특정한 영이 있어 자신을 인도해준다고 믿거나 속된 말로 타로의 신이 있다고 믿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믿음은 아주 위험한 발상입니다.

스위스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은 타로카드가 사람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인성을 나타내주고 있음을 알고 심리상담에 많이 응용했다고 합니다. 말이나 글로는 분명 표현되기 어려운 무의식의 세계가 타로가 가진 이미지를 통해 드러나는 것에 착안한 것입니다. 그림과 상징은 입말이나 글말보다 함축적이며 본질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합니다. 본인의 무의식이 세계와 이야기하는 창구로 타로를 받아들여 객관적인 자세로 집중한다면 삶에 커다란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기묘한 연관성으로 수놓인 타로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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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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